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빨책 게시판
청취 소감, 이동진 작가에게 묻고 싶은 이야기 등

사천 년
작성자 : 최재영
등록일 : 2017.09.02
빨간책방 '사피엔스' 편을 들은 후 도서관에 가서 그 책을 빌렸습니다. 책 중간에 사천 년 전 고대 메소포타미아 시대에 살던 한 학생이 점토판에 썼던 글이 인용되어 있었습니다. 이런 글이었습니다.



"나는 학교에 가서 자리에 앉았다. 선생이 내 점토판을 읽고 "빠뜨린 게 있잖아"라고 말했다. 그는 나를 회초리로 때렸다. 책임자 중 한 명이 말했다. "어째서 내 허락도 없이 입을 벌렸느냐?" 그는 나를 회초리로 때렸다. 규율을 담당한 선생이 말했다. "왜 내 허락도 없이 일어섰느냐?" 그는 나를 회초리로 때렸다. 문지기가 말했다. "내 허락도 없이 어딜 나가느냐?" 그는 나를 회초리로 때렸다. 맥주 항아리 관리자가 말했다. "어째서 내 허락도 없이 마셨지?" 그는 나를 회초리로 때렸다. 수메르어 선생이 말했다. "어째서 아카드 말을 썼지?" 그는 나를 회초리로 때렸다. 담임선생이 말했다. "너는 글씨가 악필이야!" 그는 나를 회초리로 때렸다."



저는 그 학생이 글을 꽤 잘쓰는 사람이었을거라고 추측했습니다. 저는 잠깐 책을 덮고 그 학생이 이 글을 쓰고 그것을 내가 읽게 되기까지의 과정을 상상해보았습니다.

사천 년 전 메소포타미아의 한 학생이 점토판에 글을 쓰고, 어떤 고고학자가 그 점토판을 발견하고, 어떤 언어학자는 그 점토판에 쓰여진 글을 현대어로 해독하고, 한 히브리어 작가가 그 해독된 글을 본인의 책에 인용하고, 그 히브리어 책은 영어로 번역되어 출판되고, 그 영어 책은 다시 한국어로 번역되어 한국에 출판되고, 그 출판된 책은 전국 각지의 도서관으로 보내지고, 한편 그 책은 빨간책방이라는 팟캐스트에 소개 되고, 나는 그 팟캐스트를 다운 받아서 듣고, 그 책이 비치된 도서관의 책장에서 그 책을 빼내어 대출하고, 마침내 나는 사천 년 전의 학생이 쓴 글을 읽게 되는...

이런 과정을 나름대로 상상하다보니 왠지 눈에 눈물이 차올랐습니다. 그 이유는 저도 알 수가 없었습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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